유유자적, 삶의작은사치

조용한 삶의 미학

사람들은 대개 시끌벅적한 삶을 선망한다. 무대 위의 조명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세상이 자신을 주목해 주길 바란다. 성취와 영향력을 인생의 지표로 삼고, 더 높이 오르기 위해 쉼 없이 달린다. 하지만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정말 원하는 것인지 되묻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다. 크고 작은 사회적 기대에서 벗어나, 굳이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는 위치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삶을 택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고, 눈에 띄지 않지만 깊이 있는 삶. 그것은 다수가 선택하는 길은 아닐지 몰라도, 나에게는 가장 자연스럽고 온전한 삶의 형태다.

세상의 중심에서 한 걸음 비켜서기

나는 언제부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개념에 회의적이었다. 중심에 선다는 것은 곧 끊임없는 경쟁과 피로를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은 그 영향력에 대한 책임과 피드백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피곤했다. 꼭 그렇게 살아야 할까? 꼭 증명해야 할까?

한 걸음 비켜서니 비로소 보였다. 중심에서 바라볼 때 보이지 않던 풍경이, 들리지 않던 소리가, 느껴지지 않던 감각이. 세상은 시끄러웠지만, 그 속에서 한 발 물러난 자리에는 고요가 있었다. 조용한 삶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유유자적, 삶의 작은 사치

유유자적(悠悠自適). 바쁠 이유가 없고, 조급할 필요가 없는 삶.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살아가지 않는 삶. 무언가를 증명할 필요 없이, 그저 내 속도대로 흘러가는 삶. 그것이야말로 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사치였다.

느지막이 일어나 차를 끓이고, 창밖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본다. 책 한 권을 읽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가진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해야 할 일도, 다가올 미래도 당장의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삶이 무료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바쁨이 주는 피곤함보다, 고요함이 주는 충만함이 훨씬 더 깊고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영향력 없는 삶도 충분하다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의미 있는 사람이 되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영향력을 갖지 않아도, 반드시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삶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나는 지금도 유명해질 생각이 없고, 꼭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도 없다. 영향력을 갖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그 부담이 너무 크다면 굳이 떠안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살고 싶다.

세상은 크고, 나의 자리는 작다. 하지만 작은 자리에도 바람이 불고, 햇빛이 들고, 삶은 여전히 흐른다. 조용한 삶은 결코 부족한 삶이 아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완전한 하나의 우주다.